고난당한 자를 섬기는 우리의 작은 날개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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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누리칼럼

고난당한 자를 섬기는 우리의 작은 날개짓

  

 나비효과 (Butterfly effect)라는 과학이론이 있다. 이것은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 마리 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다음 달에는 미국 뉴욕에 태풍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이론으로 미국의 기상학자인 로렌츠(E. Lorentz)가 1961년에 기상관측을 하다가 생각해낸 이론으로 현재의 작은 변화가 장차 엄청난 영향을 초래할 수 있는 경우를 표현하고자 하는 이론이다. 이 이론은 기상학에만 국한되지 않고 사회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현상에서도 인용되고 있다. 

 

 이런 나비효과처럼 현재 우리가 사는 세상은 더 이상 먼나라와 내가 사는 나라가 따로 구분될 수 없는 초국가적이고 세계화된 세상으로 바뀌지가 벌써 오래되었다. 이름도 생소한 아프리카의 작은나라에서 발생한 사회문제가 지구 반대편 미국이나 대한민국의 경제로 변화되어 뉴스에 오르기도 하고, 극지방의 얼음이 예년 보다 일찍 녹는 현상이 지구 전체의 기후와 식량문제를 일으키는 원인과 지표가 되기도 한다. 

 

 4개월 전 그러니까 2022년 2월 24일에 동유럽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은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큰 이슈는 아니었다. 대한민국과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워낙 멀리 거리에 있고 커다란 교류가 있는 국가관계도 아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간혹 보도되어도 그 문제가 당시만 하더라도 최소한 일반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직접적인 문제는 아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어떤 국민들인가. 보편적 인권을 중요하게 여기는 국민들이고 평화를 사랑하고 남의 작은 아픔도 그냥 지나치지 못하는 국민들이 아닌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는 뉴스가 나자 수많은 사람들이 약한 나라 우크라이나를 동정하고 작은 성금을 보태서 재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으로 성금을 보내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광주광역시 월곡동에 있는 나도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해서 한 음악단체와 협업을 통해 『우크라이나 전쟁반대 평화기원 콘서트』를 열었고 거기서 모인 성금을 재한 우크라이나 대사관에 지부하는 행사는 하기도 했다. 당시에 왜 그랬을까를 지금 생각해보면, 당시만 하더라도 이 전쟁이 한 주나 두 주 만에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길어야 한 달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있고 벌써 4개월째 이어지고 있으며 미국이나 영국의 정치인들은 이 전쟁이 결코 짧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3년 이상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하고 있다. 

 

 나비효과는 예외가 없이 남의 나라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에 이 나라 대한민국에게까지 태풍이 되어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에게 날마다 없어서는 안 될 휘발유와 경유의 값이 두 배 가까이 뛰었고, 세계의 곡물창고라고 불리던 우크라이나에서 옥수수나 밀 그리고 해바라기 수확이 부진 할 것이 예상되면서 곡물 값과 기름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바로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이다. 전쟁 전에 우크라이나에 거주하고 있던 고려인동포들의 수는 약 3만 명이었다. 이들은 과거 소비에트 시절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되었던 고려인들의 후손으로 이들의 가족 중에는 대한민국에 외국인노동자로 들어와서 거주하고 있는 경우도 많다. 2월 24일 이후부터 대한민국에 입국한 우크라이나 전쟁피난민 고려인동포의수는 현재 2,500여명이 넘어섰다. 광주광역시 월곡1동과 2동에 형성된 광주고려인마을에는 450여명의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 고려인동포들이 입국해 있다. 

 

 문제는 우크라이나현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피해의 심각성 만큼이나 국내에 이주해 온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들의 삶이 녹녹치 않다는 것이다. 이들의 정착과 외국에서의 생활이 또 다른 전쟁이 되고 있다. 이들은 입국해서 가까운 친척이나 지인의 집에 신세를 지고 있지만 신세를 지고 있는 지인의 집도 작은 원룸이나 투룸이다. 지인의 가족과 피난 온 가족의 수까지 더하면 8명에서 12명이 작은 집에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외국인으로서 입국 후 6개월이 되기 전까지는 국민건강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다. 그래서 현재 이들은 건강보험이 없는 상태이며 몸이 아파도 돈 걱정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가 없다. 

 

 이러한 문제가 우리 사회에 발생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가기관이나 지자체에서 이들에 대한 문제에 관심을 갖거나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시스템을 작동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 다행인 것은 최근에 광주기독병원이 우크라이나 전쟁 피난민 고려인동포들의 진료문제를 돕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지원과 봉사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미 있는 움직임을 시작으로 광주지역 교회와 기업 그리고 다양한 시민단체와 조직들이 함께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운동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나비효과는 잘못된 쪽으로만 효과를 발생시키는 것이 아니다. 예상하지 못했던 선하고 올바른 방향으로도 큰 효과를 만들어 낸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집을 잃고 가족과 헤어져서 광주까지 피난을 분들을 위한 작은 섬김과 나눔이 나비의 날개짓이 되어서 한국사회를 더 풍요롭게하고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태풍과 같은 행복한 결과가 일어날지 누가 알겠는가. 

 

- 전득안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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