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어린이 도서관; 요셉의 놀고 쉬는 도서관' 개관 - 광주 광산구 월곡동
  • 해당된 기사를 공유합니다

다문화가족

'고려인어린이 도서관; 요셉의 놀고 쉬는 도서관' 개관 - 광주 광산구 월곡동

  

 지난 6월 5일 고려인동포들과 다양한 이주민들이 함께 모여살고 있는 광산구 월곡동에 고려인(이주민) 어린이들을 위한 “요셉의 놀고 쉬는 도서관”이 개관했다. 

 

 코로나 상황이어서 거창한 개관식을 하지는 못했으나 고려인어린이 도서관 개관을 위하여 힘을 모아준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여 뜻깊은 ‘고려인어린이도서관’ 개관식을 가진 것이다.  

 

 초등학생들의 수업이 끝나는 오후 2시... 월곡동 이주민센터 앞 작은 골목에는 가방을 멘 아이들이 삼삼오오 모여 있다. 빌라 1층 주차 공간에서 엎드려 숙제를 하는 아이, 편의점을 기웃거리는 아이, 친구들과 티격태격하며 골목을 뛰어다니는 아이, 그 와중에 작은 골목으로 끊임없이 들어오는 차량들... 그중 어떤 아이들은 이주민종합지원센터의 문을 당당히 열고 “물 먹어도 돼요?” “오늘 슬러시 있어요?” 하는 아이들이 눈에 띈다. 

  더운 여름이 되면 광산구 월곡동 고려인들과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골목에서 자연스럽게 펼쳐지는 풍경이다. 아이들이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가야하는데 막상 집으로 가도 부모님이 안 계셔서 친구들이 있는 이주민종합지원센터 인근에서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 이들은 한국 국적의 아이들이 아닌 ‘고려인’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구소련 CIS지역에서 이주해 온 우리 동포의 후손들이다.  

 

 한국말이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또는 경제적인 이유로 학원에 가지 못하고 가정학습을 해야 하는 고려인 아이들은 사실 수업이 끝나면 딱히 갈수 있는 곳이 없다. 인근에 공립형지역아동센터가 한곳이 있지만 정원이 40명 미만으로 수용 가능한 여유가 많지 않아서 550여명이 넘는 나머지 대부분의 고려인 아이들은 사실상 갈 곳이 없이 동네 곳곳을 놀이터로 삼고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어가 서툰 아이들은 한국어를 따로 배워야하지만 학교에서 방과 후에 잠깐잠깐 하는 수업을 통해서는 실력이 좀처럼 늘지 않는다. 이처럼 이들이 수업이 끝나면 갈 곳이 마땅치 않는 것이 현실이다. 이들의 부모들은 대부분 외국인 노동자로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는 형편이라 자녀의 방과 후 생활과 한국어 공부나 학교에서 내주는 숙제나 공부까지 챙겨주기에는 불가능한 실정이다.  

  

 그런 이들을 위해 작년부터 이주민종합지원센터에서는 후원자들의 기부를 받아서 더운 여름철에 시원한 물과 쥬스, 슬러시 그리고 간식을 무료로 제공해주고 시원한 에어컨이나 쉴 수 있는 공간을 무료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를 실시했다. 쥬스나 슬러시는 무더운 여름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이지만 그동안 고려인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안전하게 돌봄을 받으며 놀 수 있는 공간, 쉴 수 있는 공간, 숙제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절실히 필요했다.  

  

 이런 필요를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이주민종합지원센터의 전득안 대표는 아산사회복지재단의 지원을 받아서 건물의 지하를 리모델링해서 월곡동 어린이도서관(가칭 ‘요셉의 놀고쉬는 도서관’)을 만들어 6월 5일 개관식을 가졌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아닌 뜻이 있는 소수의 개인후원자들의 지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주민종합지원센터의 입장에서는 리모델링 비용, 책 구입비용, 내부 인테리어 구입비용, 매월 들어가는 월세 등 고민해야할 부분이 많았지만 한국사회에 적응에 힘겨워하는 고려인동포 어린이들과 다문화 아이들의 답답한 현실 앞에서 일단 사고를 치고야 말았다. 도서관 리모델링 비용은 현재 이주민종합센터에서 고려인아동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진행하고 있는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흔쾌하게 지원해 준 것이 계기가 되었다. 

  

 도서관 리모델링 공사 과정은 작은 교회와 단체를 돕는 ‘선한 친구들’(대표 문영주 목사)에서 저렴한 비용으로 멋진 공간으로 재탄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내부 인테리어 장비 등은 주변의 후원자들과 이주민센터의 후원금으로 구입하였다. 문제는 넓은 공간을 가득 채울 책들이었다. 한국어로 된 책뿐만 아니라 다양한 종류의 러시아 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SNS를 통해 소식을 들은 마음 따뜻한 분들의 지원을 통해 2,000여권의 책이 기증되어 도서관의 책장이 고려인과 이주민어린이들을 위한 재미있는 동화책과 만화책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도서관을 오픈한 며칠 동안 아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생긴 이 공간에서 웃고 떠들고 놀면서 자축하는 시간들을 가졌다. 이제 이곳은 고려인 아이들이 놀기도 하고 쉬기도 하고 책도 읽으면서 꿈을 키워가는 공간이 될 것이다. 전득안 대표(이주민종합지원센타)는 “월곡동에 살고있는 고려인 아동들과 다문화이주민 청소년들도 대한민국의 동포요 시민들이다. 이곳이 미래 대한민국 지도자들의 꿈이 커가는 모태가 되고 고려인과 이주민 어린 아동들 한사람 한사람에게 의미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 고 말한다. 실질적인 아동들 관리와 도서관 관리는 고려인3세인 이빅토리아(31)가 도서관장을 맡아 도서관에 상주하면서 아동들의 다양한 필요에 어머니처럼, 선생님처럼 대응할 예정이다. 물론 자원봉사로 진행한다. 미래의 세계 지도자 육성에 관심 있는 지역사회와 선한 뜻을 가진 이웃들의 많은 지원과 관심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공간이다.  

 








모바일 버전으로 보기